반응형
어김없는 하루가 시작 되었다
몸집이 작은 그녀는 늘 누워 있다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하루 세 번!
식사를 위해 그녀는 휠체어를 탄다
노인1: 아무말 없이 웃으며 쳐다본다
관리: (두 손을 활짝 펴고) 어르신 식사하러 가시게요
안아 보세요
노인1: 목을 꼬옥 끌어 안는다
관리: 어르신 사랑해 해보세요 한다
노인1: 사랑해(이주 작은 소리로)
관리: 사랑해여
노인1: 두 손으로 등을 토닥여 준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 된다
항상 누워 있는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다가가 어르신 기저귀 갈게요 하면 고개를 끄덕여 주신다
그녀는 어떤삶이었을까
체구가 작은 그녀의 눈빛은 아직도 살아있다
갑자기 그녀의 삶이 궁금하다
파란하늘 언저리 서성이는 구름떼에 그림을 그려본다
그녀가 엄마의 뱃속에 자리 잡았을 땐 그녀의 발차기마저도 엄마 아빠의 행복이었고
그녀가 엄마의 뱃속에서 음식을 찾을 땐 아빠는 두 발을 부지런히 그녀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찾아서 움직였을 것이고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 힘차게 노래할 땐 온 세상이 엄마 아빠의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엄마를 배우고 엄마를 쓰고 한 발 두 발 세상을 향해 나아갔겠지
세상에서 만난 사랑은 그녀를 설레게 했을 것이고
부모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과 저 푸른 초원위에
하얀 집을 짓고 살았겠지
언덕위의 하얀집은 때로는 폭풍에 지붕이 날아가기도 했을 것이고
하얀눈에 덮혀 갇히기도 했겠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작은 그녀를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게 잡고 있는
이 작은 공간으로 데려다 놓은 사연은
평생 그녀의 흔적이었을 그 사연마저도 어쩌면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며 누워 있을까
힘을 주어 잡아주는 그녀의 손길이 따뜻하다
나의 가슴은 이네 흥건해진다
그녀의 사랑하는 남편은
그녀가 온 생을 다하여 품어온 그녀의 열매들은 그녀를 잊었을까
오늘도 소식이 없다
허공을 맴도는 작은 눈동자는 다시 눈을 감는다
불타는 태양과 함께 하루를 접는다
이 밤도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그들이 잠든 사이 사랑 많은 신이 다녀가길
두 손 모은다
#해달중#요양원#치매#몸집#작은#노인#살아있는#눈빛#삶#아기#어린아이#성인#사랑#하얀집#폭풍우#눈#갇힘#남편#아이들#오늘밤#석양#기도#무사하
반응형
'100*98속의 노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 멋진 모자를 쓰는 그녀는 100세가 넘었다 (4) | 2023.11.20 |
---|---|
소파 위에서 소변을 보는 그녀 (0) | 2023.11.19 |
배고파!!!!!! 밥줘 이년들이 지금까지 한 끼도 안먹었어!!!! (1) | 2023.11.15 |
선생님 성훈이 하고 남편은 왜 데리러 안와요 (1) | 2023.11.10 |
세 명의 의사 아들과 어머니 (2) | 2023.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