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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기천사처럼 웃는다

100*98속의 노인들

by 꼬옥 안아줄께 2023. 12. 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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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나이는 85세

그녀는 웃는다

항상 그리고 무언가 마음에 안들면 째려본다

치매라는 망각의 강을 건너는 중에도 그녀는 가끔 세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리라

 

노인

나이: 85세

가족관계: 무

특징: 항상 웃는다 하지만 가끔 째려 보기도 한다

 

식사시간 

관리: 어르신 식사하시게요

노인: 아무말 없이 웃는다

         그리고 입을 최대한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한다

관리: 맛있겠죠  많이 드시게요

노인: 아무말 없이 웃는다

         그러다 밥 먹이는 것이 마음에 안들면 째려본다

관리: 어르신 예쁜눈 않하시면 안되요 그럼 노인은 금새 웃는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저귀를 내리고 이불을 가지고 놀고 계신다

세살 아기가 장남감에 빠진 것처럼 노인은 이불과 연애 중이다

 

 

그 모습이 귀엽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리 천사의 모습이 있다

아무도 보아 주지 않고 자기자신도 모르는 천사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리는 아기천사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잃지 않고 붙잡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미소

 

 

어쩜 우리모두는 아기천사인지도 모른다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이면 숨었다 달님과 함께 짠하고 나타나는 아기천사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도 

환하게 웃는 노인을 바라보면서 

 

오늘부터는 이들이 주는 힘듬보다는 

내 속에 숨어 있는 천사의 눈으로 그들의 천사를 찾아 보기로 했다

 

예쁜눈과 아름다운 미소 그리고 예쁜말과 동행 하면서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신경림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소리 없이 뇌어보지만

집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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