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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그대 조금만 늦게 떠나준다면

100*98속의 노인들

by 꼬옥 안아줄께 2024.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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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김창완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사랑한다고

당신이 잠든 밤에 혼자서 기도했어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행복했다고

헤어지는 날까지 우리는 하나였다고

이제는 지나버린 시간이지만

가슴에 별빛처럼 남아있겠지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사랑한다고

당신이 잠든 밤에 혼자서 기도했어요

 

이제는 가고 없는 날들이지만

꿈처럼 추억으로 남아있겠지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행복했다고

헤어지는 날까지 우리는 하나였다고

 
 

병원에서  돌아온 노인은 콧줄과 소변줄과 함께였다

밥의 절반을 흘리고 드시면서도 혼자서 밥을 드신 분이셨는데

조용히 노인의 방에 들어가 노인을

보고 있는데

옆자리 침대의 노인이 무서워 한다

곧 돌아가신다고 옷이라도 챙겨 입혀서 입고 가게 해주라고

 

 

인간은 모두가 가는 길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우리도

마지막 그 길을 향해서 치열하게 싸우며 가는 것이다

 

노인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번 생에서 만난 모든 것들과 어떤 이별 하고 있을까

 

사랑했던 여인에게 미안했던 것들에 용서를 빌고 있을까

본인의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자식들에게 잘 살라고 속삭이고 계실까

살아온 어느 날 노인을 힘들게 했던 사연들을 용서하고 계실까

 

고비 고비 순간 순간이 불꽃 같았으리라 

 

노인의 두 귀에 대고 이름을 크게 불러 본다

미동이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를 드린다

" 사랑이 많으신 주님 당신의 어린양이 당신곁으로 가고 있습니다

부디 당신품에 안기는 그 순간까지 동행하여 주시고

가는 길 편안하게 가게 해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하지만 다시 또 생각이 난다

노인이 하나님을 믿었을까

아니다 영접을 하게 해야지

 

다시 노인의 방에 들어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한다 

어르신 아멘하세요

 

 

돌아 나오는 내모습이 참으로 처량하다

어쩌다 종교가 이렇게 타락하여 한 인간의 마지막에도 편안하게 

기도하며 보내 드릴 수 없나

차가운 방 좁다란 침대에 누워 지켜주는 이 하나 없이 외롭게
마지막 호흡을 하는 노인

그저 관리하는 선생님들만 애타는 마음으로 오고 간다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

 

너무 치열하지 말자

너무 많이 담아 두지 말자

너무 두 손 가득 잡지 말자

너무 많이 걷지도 말자

너무 많이 뛰지도 말자

 

 

조금만 두 손을 펴 보자

조금만 천천히 속도를 늦춰 보자

조금만 숟가락도 비워보자

 

그리고 나와 인연을 맺었던 그들을 뜨겁게 사랑해자

마지막 순간에 이별의 시간이 길지 않기 위해서

 

노인의 이승과의 이별이 짧았으면 하고 기도한다

그리고 마지막 가시는 길은 꽃길이시길 기도한다

돌아서 나오는 나의 뒷모습이 아름답기를 

이젠 더 이상 투사가 되지 말자 하고 뛰는 가슴을 토닥 토닥 진정시키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어르신 편안히 잘 가세요

 
 

이별노래/정호승 시, 이동원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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