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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들판의 나무보다 못해

100*98속의 노인들

by 꼬옥 안아줄께 2024. 3.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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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쇼파에 앉아 두 손을 꼬옥 잡고 계시는 노인 두 분

두 분 모두 치매가 심하지 않으시나 한 분은 조금씩 치매가 진행 되는 것같다

몇년 전에 다친 머리가 아프시다고 며칠째 두통을 호소하고 계신다

 

방에서 나오실 때나 들어가실 때  손을 잡고 다니시는 모습이 참 좋다

앉아 계시는 두 분 옆에 가만히 앉아본다

 

노인1: 젊은선생님은 젊어서 많이 놀러 다녀 우리처럼 늙으면 아무 소용 없어

관리: 아니예요 어르신들이 계셔서 우리젊은 사람들이 살아가죠

노인1: 아니야 나무는 나이가 많아 죽으면 장작으로라도 쓰지

          사람은 아무소용 없어 아무것도 못해...

관리: 어르신 그러지 마요 슬퍼져요

노인1: 아니야 우리말 들어요 젊어서 놀러도 다니고 그리고 남편도 좀 써먹어(이 말은 무슨말인지 모르겠음)

봄이지만 하늘이 잔뜩 고독하다

따라 나의 마음도 아주 많이 고독하다

 

본인의 뜻과는무관하게 태어나 본인의 원하는 조건이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들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

 누군가는 대충 살아가는 인생

 누군가는 수 없이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아가는 인생

누군가는 마음에 칼을 갈고 살아가는 인생

누군가는 아무 의미 없이 즐기며 살아가는 인생

 

그러다 내가 원해서 오지 않았듯이 내가 원하는 시기에 가지도 못한다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최선을 다하여 본인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쉽지 않은 길위에서 어쩌다 만난 돌덩이를 피하지 못하고 진흙탕에서 헤매는 인생들

그러다 얻은 상처가 어쩌면 기억상실이라는 치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쇼파위에서 두 손을 놓지 않고 아무 표정 없이 앉아 계시는 노인들의 인생은 어땠을까

물 한 잔을 드려도 감사하다고 두 손을 모으시고 

침대를 정리해 드려도 감사하다고 두 손을 모으신다

처음엔 그러시나보다

다음엔 함께 두 손을 모은다 그 감사함에 감사한다

 

감사는 전염이다 하지만 그 전염마저도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에게 전염된다

 

혹여 당신 지금이 힘들다면

지금이 더 이상 지탱하기가 힘들다면

지금이 호흡이 어렵다면

먼저 두 손을 모으고 감사를 해보라

 

자동으로 호흡하게 만들어준 신께 감사

두 발로 서 있음에 감사

두 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

상대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

들어와 잠을 청할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

물 한 잔 고플 때 물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 할 수 있음에 감사

아마 두 노인이 척박한 시설에서 살아가는 원천은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에 감사를 전하는 두 노인에게서 나를 돌아본다

 

오늘 아침 난 감사하며 일어났는가

출근을 위해 걷는 그 길에 감사하였는가

나를 위해 운전을 해주는 직원에게 감사했는가

 

이 세상에 단 한가지도 당연한 것은 없다

 늘 기억하자 세상의 모든 것이 당연히 나에게 있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있어준 것에 감사하자

오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를 다시한번 깨닫고 해주신 두 노인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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